“공무원연금, 교직원연금, 군인연금은 어떤 일이 있어도 국가가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적자가 나더라도 정부가 지급해야 할 의무가 없다. 법을 고쳐 정부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국회 입법조사처 원종현 입법조사관은 27일 국민연금 관련 현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정부가 지급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연금 가입자들에게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연금 가입자들은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누구나 갖고 있다는 것이 원 조사관의 지적이다. 공무원연금, 퇴직연금 등과의 형평성 문제도 나온다. 국가가 강제로 징수하는 것은 똑같은데 국민연금만 지급을 법적으로 약속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기금 운용에도 문제를 일으킨다는 지적이다. 전광우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은 최근 “국민연금은 투자처 다변화를 통해 높은 수익을 올렸다”고 말했다. 원 조사관은 이에 대해 “수십년을 보고 운용해야 하는 국민연금이 마치 펀드를 운용하는 신탁회사처럼 단기 수익률을 강조하며 신뢰를 얻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이 국민연금 운용 수익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국가의 책임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입법조사처는 이에 따라 정부가 국민연금 지급을 책임진다는 것을 법률로 명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막대한 재정이 투입돼야 하는 만큼 일정한 부분은 정부가 책임지고, 나머지는 기금이 담당하도록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외 대부분 공적연금은 연금 기금의 자산과 부채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자산부채종합관리(ALM)를 하며 10년 이상의 장기 운용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현재 약 350조원의 기금이 적립돼 있지만 미래에 지급해야 할 연금을 현재 가치로 바꾸면 이 자금이 안전한 수준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은 안전하다”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원 조사관은 강조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